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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영국 문학 소설

소설

빅토리아조의 소설들이 주로 사회적 관계속에서의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20세기 소설은 인간을 고립된 존재로 보고 그의 생각의 과정이나 무의식적인 충동들, 그리고 그의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데 주로 초점을 맞춘다. 이 시대의 주류를 이루었던 모더니즘 작가들을 비롯해서 이 시기의 위대한 소설가들은 20세기에 들어서서 큰 변화를 겪게된 시간관 인간관을 보여준다. 또한 1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사건을 겪으면서 깨닫게 된 인간성의 황폐화 현상을 나름대로 진단하고 그것의 해결책을 모색해보려는 소설을 쓰게된다. 

이 시기의 소설 형성에서 중요한 점은 예술가와 대중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신념의 보편적 배경이 사라졌음을 소설가들이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중적 가치들에 작가는 동의하지 않았고, 작가는 스스로 가치개념을 창출하여 대중들의 가치관을 대치하였는데 이러한 가치관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킬수있는 방식을 작가는 찾아야만 했다. 이것은 작가에게 새로운 기교상의 부담을 얹어 주었다. 한편 이 시기에는 기존의 연대기적 시간관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시간관이 소개되면서 인간의 의식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창출하였다. 시간은 과거가 차례대로 제시하는 일련의 연대기적 순간이 아닌, 과거와 현재, 회상과 예상이 교차하기도하고 동시에 진행되기도하는 다층적인것으로 파악되었고, 또한 인간의  의식속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으로 파악되었다. 의식을 동시에 존재하는 다각적인 측면들의 합으로 보는 이러한 생각은 인간의 현재의 의식의 단면을 끊어 분석한다 해도 그에 관한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켰고 이것은 소설가들이 자기의 이야기를 해나가기 위해 외과ㅏㄴ상의 연대기적 서사구조를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등장인문들의 의식 속으로 직접 뛰어 나가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제 작가는 주인공의 의식을 정식으로 인용된 말로써 기록하지 않고 그 의식의 바탕이 되는 구조를 직접 전달하려고 애쓰는 소위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나 버지니아 울프의 To The Lighthouse, Mrs. Dalloway등이 이러한 기법을 성공적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러한 소설들은 독자가 소설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독자로서는 자유연상형식으로 마음대로 이동하는 서사 속에서 등장인물을 이해해야하는 부담을 안게된다.

인습적 틀에 얽매이지않고, 개인의 의식 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의 의식이 움직이는 대로 기술하려고하는 이러한 소설들은 어쩔 수 없이 개인의 본질적 고독을 강조하고있다. 왜냐하면 모든 개인은 자신만의 경험, 자신만의 기억과 무의식 그리고 연상법을 지닌 독특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부과하는 규율과 전통은 인간의 진정한 내면적 욕구에 부합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이러한 소설들에서 규율과 전통은 인간 각자의 개성과 경험의 미묘한 무한성에 무자비한 규격화를 강요하는 기계적인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하는 문제는 이처럼 고립무원의 상황에 있는 사적인 의식을 지닌 개인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과연 인간감은 가능한가하는 문제이다. 삶에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은 인간사이의 진실한 접촉을 막는 인습에 대한 포스터의 탐색 작업이나 사생활에 대한 자아의 욕구와 순수한 인간 소통에 대한 자아의 욕구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울프의 소설들, 타인과의 친교를 모색하면서도 피할수없는 고독을 경험하게 되는 인간 조건을 되씹어보는 조이스의 소설들은 모두 이러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관계에 관한 이시대의 가장 탁월한 소설가로는 D.H. 로렌스를 들 수 있다. 그는 사회의 기계적인 인습, 체면과 예의, 중산 계급의 허세, 성공에의 욕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와 전통이 부과한 관념화된 추상적 개념에 의해 왜곡된 인간성과 인간관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면서 생명력의 새로운 근원을 제시하려 애썼다.

이외에도 물론 20세기에도 리얼리즘적 전통에 입각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있었는데 버지니아 울프가 비하조로 물질주의자라고 불렀던 이들은 사회적 관심사가 될만한 문제를 다루면서 영국의 제반 사회 그룹들의 습관과 태도를 꼼꼼히 기록해나갔다. 이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20세기 위대한 소설가들 중 가장 덜 혁신적인 작가라 할 수 있었던 E.M. 포스터는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와는 달리 전통적인 소설을 썼지만, 그렇다고해도 그의 소설이 빅토리아조의 소설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편 조셉 콘라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소설가이다. 그는 모더니즘 계열이라고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을 유동적으로 다루는 등 나름대로 새로운 소설 형식을 모색했다. 그는 ㄹ영국 제국 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빅토리아인들이 눈감고 싶어했던 인간성의 추악한 면모, 인간 행위의 근원적 황폐성을 그려내는데 성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