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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붕괴와 대안 모색을 강구하는 영국의 20세기

전통의 붕괴와 대안 모색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 그리고 그 대안에 대한 모색, 그러나 과거의 전통적 방식과 같은 그런 믿음을 다시는 회복할 수 없다는 느낌, 이런것들이 이 시대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한편으로는 교육기회의 확대를 통해 문자해독력을 얻게된 대중 독서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유례없는 큰 전쟁을 치르면서 매스 미디어의 힘이 분명히 드러나게 되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정치양태가 등장한다. 대중 문화가 본격적으로 출현하게 되면서 최대의 이득을 얻기 위해 대중들의 취미에 영합하는 문학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등 문화의 질적 저하, 상업화의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교육기회의 확대는 기대와는 달리 교양있는 대중을 확대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고전적 의미의 교양교육이나 고전 교육이 결여된 대중만을 양산할 뿐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시대의 위대한 예술가들은 자신들을 이해하는 대중이 극히 적은 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시기의 유미주의 운동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평범한 중산계급 독자들이 지녔던 예술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가정을 의식적이고 도발적으로 공격하면서 오스카 와일드, 월터 페이터등의 유미주의자들은 예술의 위한 예술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미의 추구에 탐닉하는 새로운 문학을 추구했는데 이것은 결국 예술가와 속물 대중들 사이의 간격을 더욱 넓혀놓을 뿐이었다. 여기에서 대두되는 예술가의 고독 소외의 문제는 영국 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예술가들이 공유하는 문제였다. 유미주의 이후에 등장하는 작가들, 특히 모더니스트라고불리우는 제임스 조이스, T.S. 엘리엇과 같은 일련의 작가들은 고귀한 예술에 적대적으로 변해가는 이 세계에 굴하지않고 획일화, 동질화르 요구하는 시대적 경향과 타협하기를 거부한 채, 유럽의 정신적 위기의 원인을 탐색하고 인간의 삶의 이상적 상태를 모색하고자 한다.

도덕관의 혼란이 이 시대의 가장 큰 문제였다. 1체 세계대전과 전후의 가속화된 사회 변화가 19세기적 기풍을 급하게 그리고 깊숙이 변화시켰다. 우선 농촌 경제가 침체되면서 농촌의 몰락현상이 가속화되었고 촌락 경제에서조차 돈이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되자 경쟁윤리가 확장되고 사생활의 도덕 규범이 변화하는 등 농촌의 전통적 가치는 거의 소명되다시피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적 자아 개념이 급속히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생물적 본능에 기초한 프로이드의 인간관은 이간의 행동을 결정짓는 힘으로서 무의식의 존재를 강조했는데 인간이 잘 알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무의식이 인간의 행위 배후에서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꺼림칙한 일이었고 게다가 사회화된 자아라할 수 있는 초 자아가 인간의 자아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사실은 기존은 도덕관의 토대를 뒤흔들어 놓았다. 프로이드의 인간관 뿐 아니라 막스의 유물론적 인간관 역시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이러한 인간관들은 기존의 기독교적 인간관과 충돌하면서 인간에 대한 어떤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설명을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도덕적 판단의 객관성에대한 회의가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고, 가령 이제 윤리학은 더 이상 도덕 자체에 대한 학문이 아닌 도덕을 논하는 언어의 논리성에 관한 연구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과학분야도 이시기의 회의적 기풍에서 예외적인 분야는 아니었다. 과학의 가설적 성격이 강조되면서 상대성의 요소가 부각되었고 불확실성, 미확정성의 문제는 점점 더 크게 느껴졌다. 종교는 이러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더 이상 큰 힘을 행사하지 못했으나 그것을 대치할만한 어떤 다른 대안도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1차 대전을 전후한 이 시기의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 쇠락해져가는 도덕적 질서 안에서 인간 관계의 문제와 예술가의 소외 문제였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작가들은 실중주의적 전통과 합리성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세계관은 과학적 방식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것만을 인간 삶의 실재로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이성적 외적 분석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인간 삶 기저의 진정한 어떤 것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때 이들이 결국 강조한 것은 지성과 감성, 그 어느쪽에도 매몰되지않은 채 이 두가지가 교호하며 융합하는 통합된 감수성이었다. D.H. 로렌스, T.S. 엘리엇,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 일견 상이하게 보이는 이 시대의 작가들이 공통된 관심사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작품 속에서 감성적 지성, 혹은 통합된 감수성의 관점에서 인간성 전체의 살아있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뒤의 소설 부분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지만 인간의 의식을 단절된 조각들의 접합체가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보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했고 이것은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등의 모더니스트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편 1차대전이 끝난 후 많은 젊은 지식인들을 사로잡은 사상으로는 막시즘을 들수있다. 1930년대는 가히 붉은 10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젊은 지식인들이 정치적 좌익으로 경도되었다. 히틀러와 스탈린이 정권을 잡은 후 이들의 정치에 염증을 느낀 지식인들이 급속도로 이탈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변화를 겪게 되었고, 이후로 막시즘은 실제 정치영역에서는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사회과학자들이나 역사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분석틀로 작용하면서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